클래식 톡톡

두개의 달빛, 드뷔시 - 달빛 Vs 베토벤 - 월광 소나타

공칠일공 2021. 10. 2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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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영혼은 선택된 하나의 풍경
Votre âme est un paysage choisi

그 위에 가면들과 베르가마스크가 매력적으로 보이네.

Que vont charmant masques et bergamasques

 

류트를 연주하고 춤을 추며

Jouant du luth et dansant et quas

 

마치 환상적인 분장 아래서 슬픈 듯이

Tristes sous leurs déguisements fantasques.

 

의기양양한 사랑과 때를 맞은 인생을

Tout en chantant sur le mode mineur

 

단조로 노래하면서도

L'amour vainqueur et la vie opportune

 

그들은 저들 행복을 믿지 않는 것 같고

Ils n'ont pas l'air de croire à leur bonheur

 

노래는 달빛에 섞이네.

Et leur chanson se mêle au clair de lune

(후략)

 

- 폴 베를렌, Clair de lune(달빛) -

 

1905년 드뷔시는 "베르가마스크(베르가모풍) 모음곡"이라는 네 개의 곡으로 이루어진 피아노 작품을 발표해요.

실은 이 작품은 그로부터 15년전인 1890년 그의 나이 28살때 작곡한 곡이에요. 프랑스 청년 드뷔시가 이탈리아의 베르가모 지방을 여행하던 중 그 곳의 정취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이죠.

드뷔시는 뭔가 부족함을 느꼈던 건지 오랫동안 출판하지 않았던 곡을, 여러 차례 수정과 보완을 해서 출판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3번째 곡 '감성적인 산책'이라는 곡의 제목이 폴 베를렌의 시 'Clair de lune'의 영향을 받아 'Clair de lune' (달빛)으로 바뀌게 됩니다.

 

반면 베토벤의 월광은 사실 달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이 곡 또한 베토벤이 헝가리의 브룬스빅을 여행하던 중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이고 원제는 ‘피아노 소나타 제14번 올림다단조, 작품번호 27-2’입니다. ‘월광’이라는 제목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 작품의 제목은 작곡가 본인이 붙인 것이 아니라 베토벤 사망 5년 후인 1832년에 음악평론가 루드비히 렐슈타프가 이 곡의 1악장에 대해 ‘달빛이 비친 스위스 루체른 호수 위에 떠 있는 흔들리는 조각배’라는 비유를 한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사실 그의 피아노 소나타 가운데 베토벤 자신이 직접 작품에 제목을 붙인 것이 확실한 사례는 고별 소나타가 유일합니다.

‘월광’은 베토벤 본인이 의도한 제목은 아니지만 작곡가 자신이 초판에 붙인 ‘환상곡 풍의 소나타’라는 제목과 어느 정도 분위기가 일맥상통하는 바 있지요.

 

그렇다면 월광과 달빛은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다르길래 같은 제목을 하고 있으면서도 이렇게나 다른 걸까요?

(여기서 부터는 음악해석과 관련된 전문 영역이라 유튜브 "클래식타벅스"의 해설을 그대로 옮겨 봅니다.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z7TehSi6Vh4)

 

베토벤과 드뷔시는 작곡 스타일부터 너무 다릅니다.

베토벤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아주 작은 재료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음악을 만든다는 점입니다.

베토벤 교향곡 운명의 예를 들면 단 4개의 음 빠바바밤!을 활용해 오케스트라를 위한 수백마디 분량의 곡을 만든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월광의 1악장에서 베토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점은 아름다운 멜로디였기 때문에 그가 평소 자주 보여주었던 주제의 조각들을 활용해 음악을 전개해 나가는 체계적이고 구축적인 모습은 비교적 적게 나타났지만 자세히 파헤쳐보면 선율의 첫 부분을 반복적으로 활용해 음악을 이끌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드뷔시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새로운 소리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새로운 '음 재료'인데요, 드뷔시를 포함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에 활동했던 작곡가들에게는 하나의 큰 공통된 숙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선배 작곡가들과는 다른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드뷔시는 바흐와 헨델 때부터 약 300년 동안 사용됐던 장조와 단조, 그리고 3도 구성 화음 체계에서 벗어난 새로운 소리들을 사용한 첫 작곡가라고 할 수 있어요.

다만 드뷔시가 달빛을 출판할 때 '흠.. 이거 좀 옛날에 작곡한 곡이라 요즘 내 스타일이 아닌게 좀그렇네..'라며 걱정한 것처럼 달빛은 그의 전성기때 구사한 새로운 음악 어법이 많이 사용된 작품은 아닌데요,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친숙하게 들리면서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클래식 음악과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죠.

 

 

이에 비해 달빛은 월광의 1악장보다 더 다양한 표현이 사용되 있기 떄문에 더 많은 표정과 더 많은 이야기를 느낄 수 있어요.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으나 현실적 이유는 달빛을 작곡할 때 쓰였던 20세기의 피아노는 월광이 작곡된 1801년의 피아노보다 훨씬 잔향이 길고 소리가 풍부했기 떄문에 더 다양한 표현이 가능했습니다. 또 19세기 초에 태어난 역사상 최고의 피아니스트인 쇼팽과 리스트가 피아노 기법에 있어서 엄청난 발전을 이룩해놓았기 때문에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던 드뷔시 또한 이들의 영향을 받았을 거라 짐작해 볼 수 있어요.

 

제목을 갖고 있는 건 음악 작품 감상에 큰 도움이 되지만 평론가들은 월광이라는 제목이 이 곡을 너무 느리게 연주하고 청중들의 감상의 여지도 좁혀놓았다 라고 비판했습니다.

(여기까지의 내용은 유튜브 '클래식타벅스' 를 듣고 적었습니다~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z7TehSi6Vh4) )

 

월광은 작곡가가 직접 제목을 붙인 곡이 아니었습니다.

베토벤은 월광 소나타에서 청중들에게 곡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있도록 힌트를 준 것은 '환상곡 풍의 소나타'라는 부제 밖에는 없었어요.

베토벤은 교향곡 등의 작품과 달리 자신의 피아노 소나타에는 별도의 메트로놈 표기도 넣지 않았다고 해요.

 

일전에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베토벤 소나타 가운데서도 가장 친숙한 '비창', '열정' 등과 함께 이 '월광' 소나타를 연주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최은규 음악 평론가는 그가 연주한 월광 소나타에 대해 "김선욱의 연주를 달빛에 비유한다면 그 달빛은 자연적인 달빛이 아니라 인공조명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비평 하였습니다. 그에 대해 김선욱은 "호평도, 혹평도 존중하며 감사드린다"고 하면서도 "오직 베토벤이 붙인 부제는 '판타지풍의 소나타'일 뿐이고 저는 1악장을 연주할 때 호수에 비치는 달빛처럼 연주하고 싶은 마음은 0.1%도 없다"고 반박하면서 '월광'에 대한 대중의 선입견이 베토벤의 본래 창작 의도와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제목이 주는 느낌 때문에 관객의 곡에 대한 이해를 떨어뜨린다는 비평도 있지만 익숙하지 않아서 인지 전 조금 낯설게 들리는데요, 작곡가의 의도를 온전히 이해하면서 연주를 하려고 하는 젋은 연주가의 노력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도도 해보셨으니, 우리 이제 익숙한 월광 소나타 연주를 들어볼까요?

또모로 친숙해진 임동혁님의 월광 소나타 전악장 연주... 들으시면서 행복하고 편안한 한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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